오거스타2018, 타이거의 귀환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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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 오거스타 내셔널에 돌아오는 타이거 우즈는 ‘전성기를 넘긴 전설’이라는 현재의 모습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면에는 여전히 포기를 모르는 맹렬함을 지녔다. 삶이 혼란에 빠졌던 2010년 마스터스 때도 그는 파이터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해 봄 그는 엄청난 스캔들을 딛고 자신의 선수인생에서 가장 놀라운 컴백을 강행했다. 골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를 다룬 신간 <타이거 우즈>에서 제프 베네딕트와 아르멘 케타이안은 타이거가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물론 가장 가까운 친구들을 향해 그가 소중하게 여기는 유일한 무대인 코스에서 어떻게 포효했는지 그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집은 더 이상 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내인 엘린과 아이들은 다른 곳에서 살고 있었다. 두꺼운 종이를 창문에 발라서 아무도, 특히 타블로이드 신문의 기자들이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했다. 부엌의 식탁 위에는 자기계발 책들이 흩어져 있었다. 2009년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두고 타이거 우즈의 삶을 산산이 조각내어버린 스캔들이 <내셔널 인콰이어러>에 처음 실린 이후 거의 넉 달이 지나고, 섹스 중독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나온지는 한 달이 지났을 때였다. 그는 혼자 운동을 하고, 또 혼자 스윙 연습을 하면서 올랜도 외곽에 있는 주택단지이자 얼마 전까지도 그림처럼 완벽했던 그의 가족이 함께 거주했던 아일워스의 클럽하우스에서 거의 모든 식사를 해결했다. 그리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는 부부 클리닉 상담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매일 명상을 하면서 불교의 뿌리를 되찾고 너무나 힘들었던 엘린과의 화해 노력에 올바른 마음으로 임하려 했다. ‘이런 것들을 해야만 해.’ 그는 스스로 다짐했다.

오랜 세월 동안 타이거 옆에는 늘 그를 대신해 모든 일을 처리해주는 IMG와 나이키, 그리고 에이전트인 마크 스타인버그가 있었다. 그들이 어디에 가야 하는지 알려주고, 그곳으로 데려갔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시간에는 마음대로 계획을 세우고, 여자들과의 비밀스런 만남을 즐겼다. 중독자에게는 꿈같은 시간이었지만 재앙은 예정된 결과였다. 그렇게 몇 년 동안 다른 사람들을 속이고 스스로를 속인 그는 치료를 받았고(서른다섯 살 때), 새로운 사람이 되었으며,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더 솔직해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는 전혀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그의 시간이 온전히 그의 것이었던 때는 살면서 그때가 처음이었다. 출전할 대회도, 찍을 광고도, 참가할 행사도 없었다. 무기한 출전 중단은 중독을 확실하게 해결하고 삶을 재정비하고 부부 관계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여유를 갖기 위한 조치였다.

타이거는 노력했지만 수치스러움을 벗어나지 못했다. 딱히 종교를 믿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외도와 그걸 가리기 위해 했던 거짓말들을 ‘개인적인 죄’로 여겼다. 죄를 씻어내기 위해 그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고백했다.

참담했지만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 자유로워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 반면에 개인적인 죄를 공개적으로 자백하자 비난이 쏟아졌다. 굴욕을 무릅쓰고 투어 본사에서 공개 사과를 한 뒤에도 그의 과거를 캐려는 기자들의 집요한 추적은 계속됐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과거에서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은 점점 더 분명해졌다.

오거스타2018|타이거의 귀환
석 달 여 만에 처음으로 출전한 대회인 2010년 마스터스의 첫 라운드에서 첫 번째 드라이버샷을 하는 타이거. 그가 어떤 플레이를 펼칠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걸 알고 있는 건 타이거뿐이었고, 그는 완벽한 샷을 보여줬다

프로 생활을 하는 동안 타이거는 PGA 투어에서 거의 신비주의를 고수하며 다른 선수들이나 팬들, 골프기자들과 거리를 유지했다. 그런데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의 시각이 달라졌고, 늘 당연시하던 것들을 얼마나 놓치고 살았는지 깨닫게 됐다. 그리고 대회가 그리웠다. 2010년 2월 중순에 재활치료를 마치자마자 그는 스윙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3월 초에는 코치인 행크 해니와 연습을 재개했다.

타이거와 해니의 관계는 6년 동안 지속됐다. 그 시기에 타이거는 PGA 투어 대회에 아흔세 번 출전했고, 메이저 6승을 포함해 총 31승을 거뒀다. 33%의 승률을 기록한 놀라운 시기였다. 한편 부치 하먼과 함께 했던 7년 남짓한 기간에는 127개 대회에 참가해서 메이저 8승을 포함한 34승을 거두며 27%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했다. 우즈와 하먼은 더 오랜 기간을 함께 하며 더 많은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했다. 하지만 우즈와 해니가 합작한 승률은 골프 역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 당시에 그는 가족과 마크 스타인버그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보다 해니를 더 신뢰했다.

해니와 연습장에 나가면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었고, 그게 바로 타이거가 원했던 감정이었다. 그러니 결정하기도 쉬웠다. 쉬었던 시간은 잊어버리자. 타이거는 PGA 투어로 복귀했다.

2010년 3월16일에 그는 다음 달에 열리는 마스터스에 참가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마스터스는 첫 메이저 우승을 거둔 곳이고, 내가 매우 존경하는 대회다.” 그는 말했다. “골프를 한동안 떠나 있어야 했는데, 이제 오거스타에서 시즌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그 소식을 들은 해니는 무척 놀랐고, 타이거의 복귀가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다. 마스터스에서 플레이한다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두 사람이 연습을 함께 한 건 불과 일주일이었다. 타이거의 샷은 여전히 사방으로 휘어졌다. 전혀 토너먼트에 출전할 상태가 아니었다. 실력이 녹슬었을 뿐만 아니라 마치 세상의 걱정을 다 떠안은 사람처럼 타이거는 코스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해니가 보기에 타이거가 실패할 길로 가고 있었다. 누가 뭐래도 오거스타는 최고의 테스트 무대였고, 그에게는 어느 때보다 밝은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게 분명했다. CBS의 뉴스와 스포츠 부문 사장인 션 맥매너스는 스캔들 이후에 타이거의 프로 무대 복귀가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을 제외하면 지난 10~15년 사이에 최대 뉴스가 될 거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타이거의 결심은 확고했다. 그의 심정이 어떤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의 인생은 폐허가 됐고, 지저분한 과거는 미래를 복잡하게 만들며 발목을 잡고 있었다.

골프를 조금 더 오랫동안 쉬길 바랐던 엘린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그가 일상을 조금이나마 회복하고 뭔가 기분 좋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확실한 장소는 코스였다. 그곳에서 나흘에 걸쳐 72홀을 플레이하는 동안만큼은 다른 규칙이 적용됐다. 골프에서 과거란 지나간 홀을 의미하고, 현재는 지금 직면한 샷이며, 미래는 그 이후의 플레이를 뜻한다. 이런 안전지대로 복귀하고 싶었던 타이거는 11년 동안 함께 했던 스티브 윌리엄스를 아일워스로 불렀다. 이제 오거스타로 돌아갈 때가 됐다.

4월3일에 타이거의 집에 도착한 윌리엄스는 할 말이 많았다. 스캔들이 터졌을 때 윌리엄스는 타이거의 관리팀에게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은 전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달라고 반복해서 요청했다. 하지만 관리팀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5분간의 폭로에 대한 대가를 챙긴 내연녀 1명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윌리엄스와 타이거를 모두 만났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윌리엄스가 타이거의 외도를 알면서도 은폐했다는 추측이 나왔다.

근거 없는 소문은 윌리엄스의 고향인 뉴질랜드까지 전해졌고,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졌다. 재활치료를 받고 있었던 우즈는 결국 윌리엄스에게 사과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나중에는 윌리엄스의 아내인 커스티에게 전화를 걸어서 사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오랫동안 엘린과 절친한 사이로 지낸 커스티가 타이거의 해명을 받아들일 리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스티브가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중요한 건 타이거의 외도가 뉴질랜드에서 윌리엄스의 평판에 손상을 입혔고, 그의 결혼생활에까지 부담을 줬다는 것이다.

타이거는 자신이 윌리엄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오랜 캐디와의 관계를 회복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윌리엄스가 도착했을 때 타이거는 다른 생각에 골몰해 있었고, 윌리엄스에게 미지근한 인사를 건넨 후 나중에 얘기하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잠시 밖에 나갔다 와야 한다고 했다.

윌리엄스로서는 어이가 없는 노릇이었다. 그의 가슴 속에는 불만이 가득했고, 스타인버거는 일단 타이거의 집에 가면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했다. 분통이 터진 윌리엄스는 몇 시간 후에 아일워스에서 연습라운드를 하기 위해 해니와 함께 타이거를 만났을 때에도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우리가 왜 오거스타에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윌리엄스는 해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런 샷으로는 컷을 통과할 수도 없다. 끔찍한 수준이다.”

해니는 반박하지 않았다. 하지만 타이거가 마음을 굳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18번홀의 페어웨이에서 그는 최소한 스윙 궤도를 조정하자고 타이거를 설득했다. 그러면 티샷의 거리는 조금 줄어들겠지만 휘어지는 정도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타이거는 결국 다음 날 공항으로 가는 길에 윌리엄스와 화해했다. 얼굴을 완전히 감싸는 선글라스를 끼고 운전석에 앉은 타이거는 윌리엄스가 분통을 터트리며 그의 행실 때문에 자신은 가족까지 어려운 상황에 처했고 이제 평판을 되찾으려면 아주 힘들게 됐다고 말하는 동안 앞만 주시했다. 윌리엄스는 그렇게 오랫동안 성실하게 봉사해왔는데 고마워하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이거에게 세 가지를 요구했다. 그에게 감사한다는 내용의 발언, 임금 인상, 그리고 사과.

타이거는 임금 인상 요구가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윌리엄스를 친구로 여겼고, 힘겨운 기간에도 자신을 믿어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윌리엄스가 가방을 들어줘야 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갈등을 원치 않았다. 윌리엄스와 화해하는 동안에도 타이거에게는 마음을 더 짓누르는 걱정거리가 있었다. 타이거는 스캔들의 촉매제가 된 치욕스런 자동차 사고 이후 처음 갖는 기자회견을 준비해야 했다. 오거스타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을 생각을 하니 두려웠다. 전세계의 기자들이 참석할 텐데, 그들은 골프에 대해 묻자고 그곳에 오는 게 아니었다.

오거스타2018|타이거의 귀환
타이거의 2.0 버전. 스캔들이 터진 후 그는 더 겸손해졌고, 솔직한 답변으로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틀 뒤에 빌리 페인은 타이거를 공개적으로 질책하며 또 다른 놀라움을 안겨줬다.

코비 브라이언트가 강간 혐의를 받고도 레이커스의 NBA 우승을 차지했을 때 농구 팬들은 그를 받아줬다. 투견에 연루된 혐의로 연방 교도소에서 21개월을 복역하고 돌아온 마이클 빅이 최고의 플레이를 펼쳤을 때 미식축구 팬들은 그를 환영했다.

마크 스타인버그는 골프 팬들도 타이거를 용서하고 그의 무분별한 행동을 잊어줄 거라고 믿었다. 기자회견을 잘하는 게 관건이라고 그는 타이거에게 말했다.

브라이언트와 빅에 대한 얘기는 타이거가 오거스타에서 스타인버그와 함께 기자회견을 준비할 때 나왔다. 타이거는 가상 질문을 작성해서 그에 대한 대답을 연습했다. 그리고 마스터스를 앞둔 월요일 오후 2시에 그는 사람들로 빼곡한 오거스타 내셔널의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서 마스터스 미디어 위원회의 크레이그 히틀리 회장 옆에 앉았다.

“신사, 숙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모두 환영합니다.” 히틀리는 이렇게 서두를 열었다. “그리고 마스터스의 4승 챔피언인 타이거 우즈에게도 환영의 말을 건네고 싶습니다. 타이거, 이렇게 우리와 함께 해줘서 정말 기쁩니다.” 기자회견장에 들어갈 때만 해도 타이거는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몰랐다. 그런데 그렇게 앉아 주변을 둘러보려니 갑자기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그곳을 손바닥처럼 잘 알았다. 익숙한 얼굴들도 많았다. 치료를 받으면서 새로 배운 문장이 있었다. “당신은 열려 있나요?” 타이거는 수많은 기자들을 바라보며 그 어느 때보다 열린 마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제가 과거에 했던 행동이 저희 가족에게 힘겨운 부담이 됐습니다.” 타이거는 말했다. “그리고 제가 골프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사실은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시다시피 아내와 어머니, 아내의 가족에게 고통과 상처를 줬습니다. 더 나아가 제 아이들은… 저는 이 모든 것을 아이들에게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방송국은 정규 편성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실시간으로 기자회견을 내보냈다. 폭스 뉴스 채널과 CNN, ESPN을 비롯한 여러 케이블 방송국도 실시간으로 회견을 중계했고, 인터넷으로도 보여줬다. 타이거는 준비된 보도자료나 메모도 없이 진심을 다해서 말했고, 약물, 얼마 전에 금지약물을 판매한 혐의로 앤서니 갈레아 박사와의 관계, 진통제, 수면제, 결혼 관계, 자동차 사고와 관련된 경찰 기록, 그리고 입원 치료의 성격에 이르기까지 스캔들이 터지기 전이었다면 생각도 하지 못했을 민감한 개인사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우즈는 ‘섹스 중독’이라는 말을 쓰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 질문에는 정중히 대답을 거절했다. “어떤 치료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개인적인 일이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 외의 질문은 전혀 피하지 않았다
– 기능 향상을 도와주는 약물은 한 번도 복용한 적이 없으며, 갈레아 박사로부터는 PRP(혈소판 풍부 혈장) 치료만을 받았다.
– 갈레아의 범죄 혐의를 조사하던 연방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았고, 성실히 협력하고 있다.
– 비코딘(진통제)과 암비엔(수면제)를 복용했지만, 두 약품과 관련해서 중독 치료를 받지는 않았다.
– 재활 과정은 가혹하다; 치료를 진행 중이다; 엘린은 마스터스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고, 나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감당하기 가장 힘든 건 뭐였나?” 회견이 끝나갈 때 한 기자가 물었다. “지금껏 한 번도 그렇게 바라보길 원했던 적이 없는 시선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타이거는 말했다. 그는 코스에서 플레이가 생각대로 되지 않더라도 분통을 터트리는 걸 자제할 것이며,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더 많이 표현하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 그는 말했다.

타이거의 2.0 버전. 그는 전에 없이 적극적이었고, 잘못을 털어놨으며, 반성했다. 세계 최고의 운동선수였던 그가 그렇게 상처받기 쉽고, 그렇게 인간적인 모습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스타인버그와 해니, 그리고 윌리엄스는 이 모든 것이 타이거의 플레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했다. 위협적인 존재감(강철 같은 눈빛, 냉정한 몸짓, 기계 같은 태도)는 그가 가진 최고의 무기였다. 달라진 타이거가 여전히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

정작 타이거는 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더 걱정이었다. 얼굴을 찌푸릴까? 야유를 보낼까? 아니면 그냥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까? 그의 연습라운드를 보기 위해 많은 군중이 모였고, 홀마다 그를 따라다니며 응원하고 격려했다.

이런 따뜻한 반응은 그의 플레이에 영향을 미친 것 같았다. 해니는 타이거의 스윙과 집중력이 눈에 띄게 상승한 걸 알 수 있었다. 윌리엄스마저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꼈다. 팬들이 타이거를 응원하는 건 분명했다. 그의 얼굴에는 정말 오랜만에 미소가 떠올랐다. 오거스타가 피난처럼 느껴졌다. 그때는 그렇게 보였다.

빌리 페인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의 조직위원장을 지냈고, 2006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회장으로 부임했다. 해마다 마스터스 전야에 연설을 하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그 오랜 전통을 수행하는 것이 미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골프클럽의 수장에게는 게임의 현재를 통찰할 기회가 됐다. 하지만 2010년 마스터스 개막 전날 기자들을 만난 페인은 준비한 원고와 달리 타이거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부와 명성에는 책임이 뒤따르며, 안 보이는 곳으로 숨을 수 없다는 걸 잊어버렸다.” 페인은 말했다. “가장 지독한 건 행실의 수준만이 아니라, 그가 우리 모두를 실망시켰고 더 나아가 우리의 아이들과 손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영웅은 아이들의 롤모델이라는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전문가나 신문의 칼럼니스트, 토크쇼의 사회자가 타이거를 가르치려고 드는 건 그럴 수도 있다. 그런 일은 워낙 일상적이었기 때문에 타이거도 사실상 무감각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오거스타의 수장이 세계 랭킹 1위의 선수를, 그것도 PGA 투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를 하루 앞두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건 충격이었다. 페인은 오거스타의 회원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그 얘기를 했고, 우즈에게 그의 미래에 대해 훈계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말했다. “타이거는 단지 골프 실력만이 아닌, 변화하려는 성실한 노력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이제는 코스에서 마주치는 모든 아이들이 그의 스윙을 원하고, 그의 미소를 기다린다는 것도 그가 깨닫기를 바란다.”

페인은 그때까지 골퍼의 코스 밖 행실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었다. 그건 그의 전임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일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보통은 골프기자가 아니라면 골프클럽 회장이 회원들 앞에서 한 연설에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페인이 타이거를 꾸짖었다는 사실은 즉시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심지어 해외 언론까지 그 내용을 보도했다. 타이거는 코스에 있다가 페인의 말을 전해 들었다. 그가 모두를 실망시켰다는 페인의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타이거는 침착했다. “나는 스스로를 실망시켰다.” 이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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